디키리코의 기억

이제부터 더 집중하기로 하고 나서 바로 조지오 디키리코의 자서전을 샀다. 발췌된 부분들을 카피로 갖고 있었지만 책을 구해서 산 건 처음이다. 어찌 생각하면 믿을 수 없다. 첫 장의 첫 문장부터가 나를 사로잡는다. "나의 가장 오래 전 기억은 천장이 높은 실내이다." 이 문장은 왠지 그 문장이 뜻하기로 되어있는 것보다 더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힘이 있다. 그건 아마 이 문장이 그의 그림을 연상시키기 때문인 듯하다. 그는 기둥이 죽 늘어서있는 포티코가 있는 광장을 자주 그렸는데, 이 광장들은 하나같이 천장이 높은 실내같은 느낌을 준다. 광장은 마치,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, 이름모를 사상가들이 거닐었을 법한 분위기를 풍기는데, 그 사상가들은 지혜로우나 시간 감각이 없는 사람들이다. 그들은 해가 저물기 전까지 생각을 끝내지 못하고, 이런 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못다한 고민을 넘기는 것이다.

by julia | 2007/07/14 13:32 | 트랙백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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